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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드 육아일기/부모마음 아이마음

만화책 읽어주기 - 삼국지

by Joyfully 2020. 7. 2.
 

아이들이 어릴 땐 잠들기 전에 항상 책을 읽어주었다. 아기였을 때는 큰 그림책을 누워서 읽어 주었고 조금 자라서는 스스로 재미있는 책을 골라오게 했다. 이부자리를 깔면 아이들은 책꽂이 앞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고,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아저씨, 아기 목소리 등으로 바꾸어 가며 재미있게 읽으려고 노력했다. 때때로 너무 힘들 땐 목소리가 뒤바뀌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책을 읽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둘째가 태어나고 첫째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준 일이다. 많은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그때는 어찌나 힘이 들고 잠이 많이 오던지. 피곤에 절어서 매일매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이때 책과 멀어지고 게임을 접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스마트폰 때문에 아이들이 일찍 게임을 시작할 확률이 많아졌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컴퓨터와 게임기가 있었다. 어른들이 하는 삼국지 게임을 보고는 하고 싶어 했고 옆에서 조금씩 하기도 했다. 삼국지 게임은 어른들이 하는 게임인데 어린 아들이 점점 재미를 붙여가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 것보다 영상에 익숙해지고 게임에 재미를 느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국지를 선택한 건 잘한 일이다.


삼국지는 다시 책으로 돌아가게 해 주었다.

 

 삼국지 였다. 게임을 다시 독서로 되돌릴 방법. 이런 책은 그림이 있어야 하기에 만화책으로 골랐고 글자도 많지 않았다. 우리는 잠잘 시간이 되면 남편은 둘째와 같이 책을 읽고 난 아들과 삼국지를 읽기 시작했다.

 

아직 한글을 모르니 내가 유비, 장비, 관우 등 등장인물의 목소리로 읽어줘야 했다. 만화책을 읽는 것은 재미있었다. 아들은 예상대로 재미있어했고 매일 읽었다. 혼자 놀다가도 책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놀이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매일 함께 책을 읽었고 다시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아들의 삼국지 사랑은 그 후로 몇 년을 갔다.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글밥이 많고 권수가 74권인 책으로 바꾸어주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매일 몇 권씩 읽었다. "아들아, 책 읽어줄까?"  하면 "아니, 초등학교 2학년인데 이젠 혼자 읽어야지." 하며 삼국지를 꺼내 몇 권을 읽고 잠들었다. 그 후로 초한지와 수호지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아들 말로는 삼국지를 10번 이상 반복해서 읽었다고 했다. 삼국지 속에는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다 들어 있는 것 같다고 아들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적벽대전
영화 <적벽대전>을 보면서 이 책이 생각났다.

 

 삼국지가 여기서 끝난건 아니다. 74권짜리 책을 몇 번을 반복해서 읽고 10권짜리 줄글로 된 삼국지를 읽었다.  사실 만화책으로 가볍게 시작했던 책이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자라면서 큰 의미를 가지게 된 것 같다. 심지어 대입 생기부를 준비하면서도 독서의 힘을 많이 느꼈었다.

 

전공선택, 독서록, 글짓기 등등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긴 시간 동안 함께해온 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감동과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상황이 힘들어서 아니면 사춘기 같은 방황의 시기를 지나면서 책 속의 같은 인물이 다른 교훈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아들에게는 삼국지가 그런 의미의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삼국지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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